제목 어느 사형에 관한 기록
저자 단야 쿠카프카
출판사 황금가지
황금가지 서평단 활동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세번째 황금가지 서평단 활동으로 만나게 된 단야 쿠카프카 작가의 <어느 사형에 관한 기록>을 완독했다. (이번 주 내내 너무 아파서 서평 마감일에 겨우 맞춰 글을 쓸 수 있었다.... 스톱.... 지각 아닙니다....!!!)
책 표지의 그림은 헬레네 스키예르벡이라는 핀란드 출신의 여류화가의 작품으로, 앞표지는 <School girl in black, 1908> 뒷표지는 <Maria, 1909> 이다. 핀란드 작가의 그림은 대체로 빛이 적어 어슴푸레한 기분이 든다던데 정말로 작품의 분위기에 맞는 어두운 느낌과 상복을 입은 듯한 소녀의 모습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듯한 그림이라 인상적이었다.
통계가 있다. 감정의 인식, 동정, 고통에 관한. 당신은 책에서 읽은 사랑을 이해하지 못한다. 당신은 영화를 좋아한다. 달라지는 표정들을 연구하며 익히는게 익숙하다. 당신이 뭘 할 수 있고 없는지에 대하여 누가 뭐라고 하든 말든 사건은 당신을 블루하우스에 데려간다. (사랑일 수는 없다. 신경학적으로 불가능할테니.) 비명 소리가 멈추는 바로 그곳으로. 고요함은 맛있다. 숨이 막히는 듯한 안도감. (p.21)
주인공 안셀 패커는 연쇄살인 혐의로 수감된 사형수 사이코패스이다. 그러나 사랑을 연기하고 꾸며내어 교도관 샤나를 유혹하고 탈옥 작전을 계획한다. 조금 유약한 성격인 샤나는 살인을 하지 않았다는 안셀의 말을 믿고 그의 탈옥 작전을 돕기 시작한다.
바다가 모래를 사랑하는 것처럼 너를 사랑할거야.
소설은 안셀의 과거부터 그와 인연이 있었던 여성의 시점과 현재의 안셀의 시점이 교차로 보여지며 진행된다. 안셀의 어머니인 라벤더는 16살의 어린 나이에 조니를 만나 그의 농장에 따라가 동거하게 되고 안셀을 출산하게 된다. 그리고 거의 감금에 가까운 생활을 하게 되는데... 몇 년간 갇혀서 식생활까지 위협받고 둘째 아이의 생명까지 위태로워지자 라벤더는 탈출을 감행한다.
그녀는 한 가지만을 생각했다. 저 너머의 황홀하고 푸르른 아침노을, 저 바깥세상을 아이들이 결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p.53)
탈출 후 911에 신고해서 아이들을 구조해달라는 요청을 보낸 뒤 몸을 숨긴 라벤더는 후에 수소문한 끝에 조니는 아이들에게 돌아가지 않았고, 아이들은 사회보장서비스를 통해 위탁가정에 맡겨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여러 위탁가정을 전전하며 자라온 안셀은 평범한 남자아이를 연기하면서도 이따금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를 보인다. 그와 엮이게 되는 여성들의 서사들은 과연 어떻게 진행될까? 안셀은 과연 탈옥에 성공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다. 독서노트가 너덜거릴 정도로 충격 받은 문장들이 많아서 받아적느라 팔아픔 이슈가 있었고(...) 주인공은 안셀이라는 남성 연쇄살인범이 맞는데 작중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결코 안셀이 아니라 피해자와 그 주변의 여성들이다. 그 여성들은 현명하고 강인하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남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들이 늘고 있다. 대중들은 그 범인이 ”희대의 악마“ 라며 프레임을 씌우곤 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안셀은 자기 스스로 철학 이론도 만들어내고 그것을 출판까지 하려는 야망, 그리고 자신은 탈옥에 성공할거라는 믿음까지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안셀 같은 남자는 자신의 연약함을 참지 못한다. 그들은 그걸 견디지 못한다. (p.299)
여성 서사가 너무나도 아름답게 빛나는 소설, 단야 쿠카프카의 <어느 사형에 관한 기록>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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